바람이 스치는 자리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지나간다.
어느 날은 따뜻한 바람이 불고, 어느 날은 차가운 바람이 스친다.
어떤 바람은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지만,
또 어떤 바람은 날카로워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바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그 방향도, 온도도, 속도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늘 바람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우리에게 안온함을 선사하지만,
또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거센 바람이 몰아쳐
우리를 흔들고 쓰러뜨리려 한다.
바람이 우리를 감싸줄 때는 그 온기가 너무나 반갑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지면 우리는 버티기 어려워진다.
그 바람이 더 거세지면,
어느 순간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바람은 결코 머물지 않는다.
지나가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고요해진다.
그때 깨닫는다.
아무리 거센 바람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바람을 견뎌낸 자리에는
한층 더 단단해진 내가 서 있다는 것을...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을 맞닥뜨리며 살아간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고,
준비되지 않은 불행이 덮쳐오기도 한다.
어떤 날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만,
어떤 날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한다.
인생의 바람은 따뜻할 때도 있지만,
차갑고 혹독할 때도 많다.
때로는 그 바람이 너무 거세서
앞으로 나아갈 힘조차 남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절망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거세고 강한 바람도 결국 지나가고,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모두 언젠가 지나간다.
우리가 너무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아도 결국에는 지나가고,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우리가 남아 있을 것이다.

 

바람은 때로 우리를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그 바람 덕분에 우리는 강해질 수도 있다.
바람을 거스르며 살아가려 하기보다,
그 바람을 받아들이고 견디면서
우리는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간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깊어지는 것은
바로 그 바람 덕분일지도 모른다.

 

오늘,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내게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모습이든,
그 바람 또한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더 강해진 우리가 서 있을 것이다.

 

"바람이 머물지 않듯, 시련도 영원하지 않다."